*산여동(山余洞) 시월에

감이 익으면

할배도 아이도 입을 헤 벌리지

하늘에 별 보담도

감이 쪼매 더 많을 상 싶지

얼추 백 접은 될끼다.

한 접에 만원 쳐도

송아지 한 마리 사 못살라구

백일몽(白日夢)한편 꾸고 히히 웃지


할배는 햇살이 부셔 한나절 따다가

목이 아파 드러눕고

아이는 한 이틀 따더니 팔이 아파

꾀병 부리지.

낼 모레 글피 자꾸 미루지.

그래서

나그네가 오다가다 다 따고 설랑

놉으로 칠할 가져가고

주인은 삼할 먹고

배가 아파

또 드러눕지.

 

 

아카시아

산여동에 가보렴

아카시아 숲 속에는

마법의 향을 꿍쳐 나온

여신의 몸종

오월의 님프가 숨어 있지

(이 향을 맡으면 큐핏의 화살을 맞거든)

뚜쟁이가 되고파서 망을 보지


웬 가시내와 머스매가

영문도 모른 채 숲길을 들어서지

친구끼린가 봐.

방울잎이 초록초록 붙은

아카시아 가지를 꺾어 들고

가위 바위 보

가위 바위 보

이긴 쪽이 한 잎씩 떼는 게임을 하지

"피자 한 턱 내기 해!”

"업어주기 하자구!”

가시내가 눈을 흘기자

솔바람이 얼른

코끝에 싸아- 간지럼을 태우며 얼버무리지


먼첨 가시내가 머스매 등에 업혀

이랴이랴! 열 걸음

나귀를 부리고

머스매도 가시내 등에 업혀

빨랑빨랑! 열걸음

조랑말을 부리지

뽀오얀 꽃닢들이 떨어져 누운

보료 위를

이긴 쪽이 번갈아 말을 타지


해질녘

농염한 꽃 웃음이 주렁주렁 걸린

님프의 성터에는

마향(魔香)에 흠뻑 취한 아카시아 연인이

볼그레 놀을 묻힌 뺨으로

서로의 눈 속을 읽고 있지.

(이 향을 맡으면 큐핏의 화살을 맞거든!)


뻐꾸기가 몰래 웃음을 삼키다

그만 사레가 걸리지

뻑국 뻑국 뻑국 뻑국

딸꾹질을 해대지